EN

두성종이에서 진행하는 ‘DD 프로젝트’는 권마다 디자이너를 초대해 특정 종이를 제공하고 디자이너는 종이에 관한 책을 만드는 사업이다. 우리와 함께한 문켄, 디자인, 시험, 인쇄, 크리스털, 폴라, 퓨어는 첫 번째 DD 프로젝트 작품이다.

언젠가 국외 그래픽 디자인 공모전에 관한 글에서,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 인쇄소에서 만든 달력, 종이 견본 책’ 등은 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디자인 솜씨나 인쇄 품질, 종이 지질은 모두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해결해야 할 ‘진정한’ 문제 없이 수단 자체의 우수성만 뽐내는 디자인을 공모전 등에서 북돋으면 안 된다.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기—문켄, 디자인, 시험, 인쇄, 크리스털, 폴라, 퓨어는 ‘문켄 디자인’이라는 특정 종이의 품질을 드러내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지면에 실린 내용은 인쇄 적성을 시험하는 테스트 패턴이 전부다. 그런데 여기서 테스트 패턴은 자르고 부수고 뒤섞이는 과정을 거쳐 스스로 무엇인가를 말하려 하는 이미지로 바뀐다.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물론 여전히 수단이지만, 그 자체로 ‘내용’이 된다. 이 책은 종이 견본이라는 본성을 애써 부정하기보다, 그 본성을 과잉 실현해 형질 변환하는 길을 택한다. 그러나 그래픽 디자인 공모전에 출품할 계획은 없다.

사진: 김경태

사진: 김경태

사진: 김경태

사진: 김경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