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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오민과 작곡가 유혜림이 협업한 연습곡 1번은 ‘동시대 공연자가 연마해야 하는 기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전통적으로 음악 연주자들은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소리를 무의식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까지 연습을 통해 기법을 몸으로 체득하고, 이를 공연에서 실행한다. 그러나 시간과 장소뿐 아니라 악기 상태나 관객 반응 등 모든 무대는 다르고, 연주자는 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평소, 무용가의 몸이 머릿속에 상정된 이미지를 자동적으로 그려내기만 하지 않고, 그 몸을 둘러싼 시간과 공간을 예민하게 관찰하면서 머릿속 이미지와 몸 간의 새로운 관계를 매 순간 적극적으로 맺어 나가는 장면이 지극히 아름답다고 생각해 온” 오민은 “무용가와 마찬가지로 연주자 역시 무대 위에서 머릿속 소리와 몸과의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더 좋은 소리를 발생시키고 결국 흥미로운 연주를 끌어낼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작곡가 유혜림을 초대해 2부로 구성된 연습곡을 만들었다.

피아노와 퍼커션으로 연주하는 1부에서 연주자가 익혀야 하는 것은 악기의 기법이 아니라 “연습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변수, 음악적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이다. “이에 따라 연주자는 연습이나 연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스로의 태도와 감각을 매 순간 인지하고 구성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유혜림) 2부에서는 1부의 악보를 그대로 사용하되, 악기를 사용하지 않고 텍스트로 이뤄진 지시문을 기반으로 의성어로만 표현한다. 이를 통해 연주자들은 서로 긴밀하게 박을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의지하는 연주 감각을 익힌다. 이렇듯 『연습곡 1번』은 “소리와 연주자의 몸 사이 거리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시간감과 공간감을 실험”(오민)하며, 한발 나아가 ‘기법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건드린다.

  • 협력 저자:
  • 유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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