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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문학실험실은 1960년대 프랑스에서 형성된 울리포(OuLiPo, ‘잠재 문학 작업실’이라는 뜻)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의미 있는 책이다. 조르주 페렉, 레몽 크노, 이탈로 칼비노, 마르셀 뒤샹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름이 여럿 포함된 울리포는 프랑스 현대 문학의 흐름 가운데서도 독특하고 주요한 실험적 움직임이었지만, 이름만 무성할 뿐 그동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문인과 수학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울리포 작가들은 각종 ‘제약’을 문학의 도구로 삼았다. 문학에 수학, 과학, 생물학, 음악 등을 끌어들이며 일상적 기능에 속박되어 있던 문자를 제약을 통해 해방하고, 그 속에서 문학의 잠재성을 발굴해 내려 했다. 이들의 손을 통해, 일견 창작을 방해하는 듯한 제약들은 그 명확한 규칙성으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나 활용 가능한 무한한 창작 도구가 되었다.

이 책은 잠재 문학 작업실 ‘울리포’를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울리포 작가들이 수년간 실험했던 창작 방식인 제약과 규칙을 한국어에 적용한 창작 실험들을 담고 있다. 책은 제1부 ‘잠재문학실험실’과 제2부 ‘잠재문학작업실’로 나뉜다. 제1부는 한국어 통사론에 맞추어, 또는 이를 일탈하여, 울리포적 제약을 수행한 실험들(시, 소설, 산문, 선언문 등)로 구성된다. 제2부는 이 실험의 기반인 울리포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한 자료집이다. 현재 국내에 울리포에 대한 소개/개괄서가 없는 상황에서, 잠재문학실험실은 울리포의 가장 주요한 특징인 제약과 그 잠재성을 창조적인 방식으로 드러내는 흥미롭고도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 디자인:
  • 전용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