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안의 블루 / 바람 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 삼공일 삼공이

  •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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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 x 300밀리미터 (3)

1960년대 이후 한국 영화에 쓰인 음악을 정리, 체험하는 전시의 일부로, 과거에 발표된 한국 영화 사운드트랙 앨범 세 장을 선택해 표지를 다시 디자인하는 작업을 의뢰받았다.

우리가 선택한 세 사운드트랙 음반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1990년대 초에 나왔고, 당시 한국 사회에 불던 세계화와 소비화 바람의 영향으로 ‘탈한국적’ 도회 감성을 표방했던 작품이라는 점이다. 현대적 감수성의 표상으로서, 포스터나 사운드트랙 앨범에 탈네모틀 서체가 쓰였다는 점도 또 다른 공통점이다.

30여 년이 지난 2020년대 중반, 이곳의 대중문화에서는 상상 속의 90년대와 그 시대의 문화적 세련미에 대한 향수와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런데 정작 90년대에 만들어진 원본을 보고 들으면, 구수하고 쿰쿰한 한국적 정취가 너무나 짙어서 현대적 외래어와 숫자, 탈네모틀 서체가 민망하게 느껴질 정도다.

우리는 원본의 탈네모틀을 원초적인 네모틀 서체로 대체해 사운드트랙 앨범 표지를 새로 디자인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훈민정음 해례본에 쓰인 초기 한글 형태를 재해석하는 우리의 미완성 폰트 ‘방형체’를 처음 시험 적용해 봤다. 원본에서 부정되고 억압되었던 정취를 역설적으로 또는 불가능하게 되살려 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