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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는 전설이다. 말 그대로 그렇다. 현대 디자인의 탄생 설화에 바우하우스가 있고, 모더니즘의 승리와 좌절 이야기에 그곳이 있다. 바우하우스와 아무 직접 연고 없는 한국에서, 그 100주년을 기리는 데는 실존하지 않는 양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주술적 의미가 있다.

바우하우스 송은 이처럼 가공된 조상 숭배 의식에 어울리는 송가다. 신화는 구전을 매개로 하는바, 바우하우스 송은 현대식 구전 가요에 가장 가까운 형식인 힙합 랩을 빌어 바우하우스의 혼령을 기린다. 노래는 바우하우스의 역사와 주요 인물, 교리, 영향, 한국적 수용에 관한 파편적 이야기를 혼란스러운 몽타주처럼 들려준다. 그런데 이 노래는 실제 녹음으로 제작되지 않고 노래방 영상 형식의 ‘뮤직비디오’와 이에 삽입되는 가사 자막으로만 제시된다. 환원적 기하 도형과 원색을 즐겨 사용한 바우하우스를 의식해 노래방 비디오의 전형적 모티프와 기계 언어를 전유하는 바우하우스 송은, 실존하지 않는 노래를 전시장에서 재현하는 한편, 관객에게는 알지도 못하는 노래를 따라 부르도록 권유한다. 이는 2019년 오늘 한국과 바우하우스의 관계에 대한 유비로 읽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