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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 안녕히 가세요 / 어서 오세요 / 안녕히 가세요

리스본 피게이라 광장을 지나는 사람을 위한 ‘자동 퍼포먼스’. 두 로봇이 ‘Bem-Vindo’(어서 오세요)와 ‘Adeus’​(‌안녕히 가세요)라는 메시지를 기계적으로 흔들며 사람들을 맞이하고 보내면서 인사한다. ‘로봇 신호수’라 불리는 그들은 대개 건설 노동자 같은 옷을 입고 도로에서 신호봉을 흔들며 운전자에게 공사 현장을 알리거나 임시 우회로를 안내하는 역할 등을 한다. 이 기계가 한국에 도입된 것은 꽤 최근이라고 안다. 그처럼 지루하고 반복적이며 위험하기까지 한 커뮤니케이션 작업은 한때 (‌일부에서는 여전히) 인간 노동자의 손이나 추상적인 임시 표지물을 통해 이루어지곤 했다.

다소 으스스한 미소를 띠곤 하는 로봇 신호수가 인간 운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사실은 그들의 존재 자체가 다소 섬뜩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특히 실수로 방치되거나 버려진 상태에서도 동작을 계속하는 로봇을 마주칠 때 그렇다.

로봇 신호수는 중요하되 반복적인 일을 떠맡으며, 인간이 더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그들의 일을 원래 맥락에서 분리해 새로운 맥락, 예컨대 대형 디자인 비엔날레와 연계된 ‘‌창의적’ 옥외 전시회에 배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두 로봇은 우리 둘을 상징적으로 표상하는 한편, 길거리에서는 우리 일을 실무적으로 대신한다. 로봇이 입는 옷은 그래픽 디자이너인 우리 자신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특별히 디자인했다. 맥페인트 ‘‌무한 반복 패턴 칠’ 기능으로 만들어진 도시 디자이너 위장 무늬를 적용한 옷이다. 맥페인트는 1984년 초기 매킨토시 컴퓨터에 장착되어 나온 비트맵 기반 그래픽 소프트웨어다. 당시 맥은 색을 표현할 수 없었으므로, 명암 계조는 비트맵 패턴을 이용해 만들어야 했다. 로봇 신호수가 인간의 지루하고 반복적인 노동을 덜어 준 것처럼, 무한 반복 칠 패턴은 한 픽셀 한 픽셀씩 그래픽 이미지를 만드는 일을 덜어 준 기술 혁신이었다.

    전시

  • 『잉여—반복의 유용성』. EXD’11 비엔날레 연계 전시회. 피게이라 광장, 리스본, 2011~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