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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종명

킨로스, 현대 타이포그래피 (1992, 2004, 2009)

최슬기와 함께 ‘슬기와 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최성민의 첫 개인전이다. 이 전시에서 최성민은 다소 도착적인 방식으로 그가 출발한 지점을 되짚어 본다. 바로 타이포그래피와 그 역사이다.

지난 14년간 최성민은 로빈 킨로스의 현대 타이포그래피—비판적 역사 에세이(초판 1992, 개정판 2004)에 독특하게 집착해 왔다. 1995년 여름 번역에 착수한 그는, 이후 다섯 차례 이상 그 책을 한국어로 옮겼고, 스무 차례 이상 상상의 한국어판을 디자인했다. 마침내 2009년 현대 타이포그래피 한국어판을 정식 발간하는 그는, 전시라는 형태로 그 번역 과정을 연장하려 한다. 아니, 이제 그의 삶에서 일부분처럼 되어 버린 그 텍스트를 조금이나마 더 오래 부둥켜 안으려 한다.

전시는 현대 타이포그래피 정식 한국어판을 통해 보일 수 없는 측면을 보이고 나누는 기회로 쓰인다. 최성민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책에 실리는 ‘도판’들이다. 킨로스, 현대 타이포그래피 한국어판 14장 ‘보기’ 연작은 책에 실린 도판들마저 한국어로 옮기려는 시도이다. 킨로스는 2004년 발행된 현대 타이포그래피 개정판에서 도판이 실린 장을 완전히 새로 꾸몄는데, 최성민의 킨로스, 현대 타이포그래피 초판 13장 ‘보기’는 잊혀진 초판 장을 다시 꺼내 또 다른 책으로서 부활시키려 한다.

그렇게 킨로스, 현대 타이포그래피 (1992, 2004, 2009)는 타이포그래피와 그 역사에 대한 전시이지만, 동시에 번역이라는 개념적 치환 과정에 대한 전시이자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에 대한 전시이기도 하다.

(갤러리 팩토리 보도 자료, 2009년)

참고

사진: 이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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