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5년
- 오프셋 인쇄, 노출 제본, 덧표지
- 170 x 232밀리미터 336쪽
슬기와 민과 그래픽 디자인의 확장과 2000년대 이후 한국 디자이너의 활동 배경과 ‘더치 디자인’과 문화 정체성과 비판성과 예술성과 연구와 유령 출판과 끊임없는 변화와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와 언어 예술과 무질서한 통제와 “절대 읽지 마세요”와 예술로서 디자인으로서 예술과 너무 가까워서 흐릿해 보이는 현상과 거의 움직이지 않는 동영상과 질문과
[『슬기와 민과 … 질문과』]는 한국의 디자이너 슬기와 민(최슬기, 최성민)이 지난 20여 년간 펼쳐 온 활동의 궤적과 양상과 징후를 탐구하고 조망한다. 그래픽 디자인의 범주를 넘어 미술, 출판, 저술, 번역, 전시 기획, 교육, 강연 등으로 폭넓게 뻗어 나가는 슬기와 민의 활동을 통해 한국 디자인이 처한 조건과 맥락을 돌아보고 그 변화와 영향을 살피며, 주어진 과업에 대한 답인 동시에 질문이 되면서 예술이자 사회적 과정으로서 공동체에 이바지하는 디자인을 생각한다.
이 책에 저자로 참여한 디자이너, 기획자, 연구자, 편집자, 시인, 드라마 작가, 저술가, 미술가, 예술가, 교육자, 기술학자, 미술 비평가, 큐레이터 등은 슬기와 민의 작품 900여 점을 재료이자 대상으로 삼아 명료하게 밝혀진 언어와 모호하게 감춰진 재미 사이를 다양한 관점과 경로로 탐색해 나간다. 경계를 흐리고, 예측을 넘어서며, 위장에 능한 작품과 작품 사이를 누비는 이 과정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운데 유연하게 역동적으로 ‘사이’를 넓혀 나가는 슬기와 민의 디자인 행위와 실천을 닮아 있다. (출판사 웹사이트)
긴 제목은 글들의 주제를 차례로 드러내며 책의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는 우리의 주요 창작법, 즉 다이어그램적이고 자기 지시적인 접근법은 디자인에도 적용됐다. 재킷 앞면에는 제목이나 저자 이름 대신 재킷 자체에 쓰인 종이의 종류와 크기를 적었다. 자기 자신의 물리적 속성을 스스로 밝히는 제스처는 본문 지면으로도 이어진다.
대개의 모노그래프와 달리, 이 책에는 일반적인 작품 도판이 실리지 않았다. 대신, 간신히 형태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이미지가 일종의 식별자처럼 본문과 작품 목록을 연결하게 했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미지를 지면에 다시 인쇄하는 낭비를 피하고, 이미지가 아니라 말과 생각에 주의를 집중시키려는 의도였다. 본문 도입부와 종결부에는 온라인에서는 확인하거나 경험하기 어려운 작품 디테일을 실제 크기로 실었다. 이와 같은 이미지 운용은 이 책이 웹사이트와 SNS 등으로 다변화된 매체 네트워크에 얽힌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활용한다.
타이포그래피는 우리의 최근 관심사, 즉 서구에서 유래한 디자인 규범과 동아시아/한국 문화 전통을—조화가 아니라—낯설게 충돌시키는 접근법을 보여 준다. 표제에 쓰인 활자체는 우리가 탈네모틀 한글의 기원을 탐구하며 디자인한 원형체다. 1976년 조영제가 발표한 한글 타자기 구조 개혁안에서 영감받아 디자인된 원형체는, 순수한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탈네모틀 한글의 ‘이념’을 되돌아보는 한편, 같은 구조 원리를 라틴 알파벳에 적용해 생소한 형태를 만들어 낸다.
본문은 동아시아 전통 조판법인 격자 조판을 나름대로 응용해 짰다. 서구에서는 최소 단위인 낱자에서 출발해 단어와 글줄, 문단, 지면을 쌓아 나가는 접근법이 쓰이지만, 격자 조판은 지면을 마치 원고지처럼 정사각형 칸으로 나누고 칸마다 하나씩 글자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조직된다.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실용성을 잃은 방법이지만, 여러 활자체에서 한글 글자가 여전히 방형 전각으로 제작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런 조판 전통의 흔적을 보여 준다. 이처럼 화석화된 조판법을 되살려 현대 한글 조판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이 책 본문에서 한글과 공백은 전각으로, 문장 부호와 숫자, 로마자는 반각으로 처리되었으며, 대개 양끝 맞추기를 전제하는 방형 격자 조판에 현대식 왼쪽 맞추기가 적용됐다. 그래서 동아시아 전통 조판도 아니고 서구식 조판과도 거리가 있는 패턴이 만들어졌다. 우아하고 익숙한 SM 신신명조로 짜인 본문이 생경하고 거친 모습을 띠기도 한다.
본문에 사용된 용지는 우리가 즐겨 쓰는 평범한 모조지다. 재킷에 쓰인, 진부한 가짜 가죽 무늬 레자크지는 기하학적인 표제 글자체와 텅 빈 앞면처럼 평범하지 않은 요소와 결합해 ‘낯선 익숙함 또는 익숙한 낯섦’이라는 디자인 기조를 강화한다.
- 프로젝트 유형:
- 출판물
- 편저자:
- 김뉘연, 박활성, 이지원
- 인쇄:
- 으뜸프로세스
- 의뢰인/의뢰처:
- 워크룸 프레스
- 참고:
- 출판사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