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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는 이탈리아의 제지 회사 페드리고니가 출간하는 시리즈 간행물 중 세 번째 책이다. 현재까지 디자이너 24명/팀이 시리즈에 참여했다. 디자이너에게는 16면 공간과 사용 종이가 주어진다. 그 밖에 내용과 디자인에는 제약이 없다. 우리는 활자체 하나를 만드는 일로 이 작업을 시작했다. 언뜻 보면 길 산스에서 뼈대를 취한 글자체 같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글자 획이 사실은 글줄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모든 글자는 증권 시장의 요동을 보도하는 신문 기사(연합 뉴스 온라인판 2016년 3월 31일 자)를 담고 있다.

이 활자체로 이곳은 인쇄소입니다를 조판했다. 영국에서 ‘새로운 전통주의’ 타이포그래피가 전성기를 누리던 1932년, 비어트리스 워드가 쓴 글이다. 당시는 모노타이프 홍보 담당자가, 문명 사회에서 인쇄술이 맡는 중차대한 역할을 아무 역설 없이 주장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 인쇄술은 정보를 전달하고 지식을 보존하며, 그로써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논쟁하는 데 필요한 든든한 (물리적) 토대를 마련해 준다는 주장이었다.

오늘날 인쇄인과 타이포그래퍼 또는 디자이너도 그처럼 “두려움 없는 진실의 방패”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까? 이 ‘탈진실’ 시대에, 인터넷을 홀리고 사람들의 판단을 왜곡하는 “속삭이는 소문”에 맞서 공동의 토대를 여전히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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