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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트 ‘쓰레기’ 특집호 전용 활자체.

우리는 특집 기사를 위해 ‘갤럭시 에코즈믹’이라는 활자체를 만들었다. 체스터 젱킨스가 디자인해 프린트 기본 활자체로도 쓰이는 갤럭시 폴라리스를 ‘에코’ 버전으로 개량한 작품이다. (2009년 네덜란드 회사 스프랑이 개발한) ‘에코폰트’에서 힌트를 얻어, 글자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잉크를 절약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다만 우리 활자체에서 그 구멍은 칼 세이건이 1980년에 써낸 과학 고전 코스모스에서 발췌한 문장 형식을 취한다는 점이 다르다. 글자 속 글자에는 중립적인 갤럭시 폴라리스의 정반대이자 여러 디자이너가 궁극의 ‘쓰레기’ 폰트로 꼽는 코믹 산스가 쓰였다. 활자체 이름 ‘에코즈믹’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에코폰트의 고귀한 의도와 낙관적이다 못해 얼마간은 키치처럼 들리기까지 하는 세이건의 말을 다소 반어적으로 기리는 글자체다. 아무튼, 이 작은 구멍들로 이 작은 행성을 구할 수 있다면, 거기에 무한히 거대한 생각을 담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프린트 2012년 8월 호 특집 섹션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