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탈네모틀 한글의 초기 역사와 의의를 재평가한다. 동시에, 한국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 조영제가 1976년 발표한 짧은 논문에서 영감 받아 탈네모틀 한글의 이념을 되돌아보며 우리가 처음 만든 한글 폰트 원형체의 표본집을 겸하기도 한다.

가설을 하나 세워 보자. 기계적 효율성에 대한 주장 너머에서 탈네모틀 한글의 가치를 성찰할 때 대개는 ‘한글 창제 이념의 본래적 의미를 계승’한다는 다소 의아한 논리가 호출되곤 하는데, 그보다 형태에 구현된 보편적 현대성에 주목하면, 20세기 디자인의 더 넓고 풍부한 성좌로 탈네모틀 서체의 의의를 확장할 수 있으리라는 가설이다. (101, 103)